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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박재영의 [여행 준비의 기술] 취미가 "여행 준비"인 JYP, 박재영 님이 10여 년 동안의 준비 끝에 2020년에 내놓은 책이다. 돌이켜 보면, 고대하던 시간들의 가장 큰 설레임이 감춰진 곳은, 그 시간이 시작되기 바로 전이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마치 내일 여행을 떠나는 사람처럼, 여행을 준비하는 순간마다 떠올렸을 저자의 한껏 부푼 기대와 설렘을 느낄 수 있다. 늘 유쾌하고 따스한 마음을, 자신은 물론 주변 사람들에게도 아낌없이 나누는, 닮고 싶은 사람. 일상을 여행처럼 인생을 관광객 모드로 우리의 삶은 또 다른 여행이다. 즐겁고 행복한 여행을 만들기 위한 "여행 준비의 기술"이, 어쩌면 즐겁고 행복한 삶을 만드는 지혜를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2021. 5. 12.
아나 비도비치 (Ana Vidovic) 유튜브를 뒤적이다가 눈에 띈 애나 비도비치. 물론 미모가 아름답지만 그 보다는 단아하면서도 확고한 연주 자세가 너무도 멋지고 아름답다. 연주 속에는 주저함이나 서두름 혹은 긴장이나 느슨함이 전혀 담겨 있지 않고 표정은 시종일관 변하지도 그대로이지도 않다. 그 표정이 변함이 없는데도 수 십 가지의 다른 느낌이 비친다. 바쁜 손가락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사이로 스며 나오듯 울려 퍼지는 차분하고 견고한 음정들. 그 흔한 뭉뚱그려진 소리, 스치듯 단 한 번이라도 내뱉는 일 없이 완벽한 연주가 마무리된다. 처음 들은 곡들도 있지만 마치 내가 그 곡들에 대해 속속들이 아는 사람인 듯, 흠잡을 데 없는 연주라는 확신이 이리도 강한 감상이다. 넋을 잃고 듣다가 오늘 밤의 대부분을 태워 버렸다. 2021. 5. 5.
[책 소개] 강양구의 강한 과학 "YG와 JYP의 책걸상"이라는 팟캐스트의 진행자 두 분 중 한 명인 JYP, 박재영 님의 참신하고 기발한 아이디어. "매월 13일은 Book Day"로서, 책 한 권을 소개하는 운동이 4월 13일부터 시작됐다. 13이라는 숫자가, BOOK의 첫 글자인 알파벳 B와 닮았기 때문에 13일을 선택했다고 한다. 강양구의 "강한 과학"은, 23권의 세계적으로 유명한 과학 분야 베스트셀러가, 과학기술과 사회를 어떻게 연결하고 있는지를 검토하는 한편, 과학기술 시대의 사회적ㆍ윤리적 쟁점들을 다룬 재미있는 책이다. -Yes24, 웹사이트 책 소개 참조- 이북이 나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근데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책 표지 디자인이 ...... 너무 파워포인트 스럽다. 2021. 4. 13.
늘 헐렁한 옷을 입어야만 했던 연우 씨 연우에게는 옷을 살 때마다 떨쳐버리지 못하는 강박증 같은 것이 있었다. 매번 그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에는 강박증이 시키는 대로 따르고야 말았다. 연우의 어릴 적 부모님들은 커다란 양품점을 운영하셨다. 중심 번화가에 있었던 그 양품점은 다양한 연령대의 아동복과 남녀 의류, 잡화, 액세서리와 각종 생활용품은 물론 담배와 고속버스 승차권까지 대행 판매하는 당시로서는 백화점 같은 양품점이었다. 규모가 큰 만큼 직원들도 많아서 한 번에 근무하는 직원 수가 예닐곱 명은 되었다. 기혼자를 빼고는 모두 안집이라고 불리는 매장 뒤의 거주 공간에서 숙식을 해결했으니 실로 대가족이 사는 곳이었다. 그런 고급 양품점 집의 맏아들이던 연우는 어울리지 않게도 늘 헌 옷을 고집했다. 대형 양품점의 안주인이던 연우의 어머니는 .. 2021. 3. 20.
말의 가치 "말하지 않아도 알아" "말은 그렇게 해도 어떤 마음인지 나는 이해해" 예전에 우리에게는 이런 의사소통의 방법이 꽤 매력적으로 느껴졌었다. 누군가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살갑지 않아도 그 마음을 읽고 수긍하던 그런 느낌 말이다. 불평하듯 내뱉는 말일지라도 말하는 이의 마음을 읽으면 그 따스함에 정을 담던 그런 겉과 속이 다른 상호작용이 있었다. 지금은 살갑지 않거나 부정적인 분위기의 말들은 어디에서도 환영 받지 못한다. 말하는 이의 마음 속에 사랑과 관심과 위로가 담겨 있어도 우리는 그것을 집어내지 못한다. 그것을 느낄 수 있는 감정적 지각 능력을 쓰는 대신 감정적 방어막을 두르고 내게 상처가 될 만한 것들을 걸러내고 등을 돌린다. 짧은 시간에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고 소화해내는 지금의 우리는, 직설적인 의.. 2021. 3. 8.
나의 작은 소녀 그 소녀는 수줍은 듯 하지만 나의 몸짓에 따르기를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아주 오래 전 만났지만 나의 작은 소녀는 지금도 다름 없는 아름다운 소녀 입니다. 손잡고 걸었던 수 없이 많은 시간들에 갇혀 있는, 밤 하늘과 가로등 불빛 그리고 이따금씩 들려오던 개 짖는 소리. 그 소녀의 앳된 향기가 바람에 스쳐 내 코 끝에 아른거리면, 오월의 라일락 향기보다도 더 끈질기고 두터운 매혹이 나의 온 몸을 휘감았습니다. 정열이라고 하기엔 순수함과 서툰 표정이 너무 짙었던, 그 어여쁜 얼굴에 돋아나던 그 소녀의 마음. 그 앳된 마음에 대한 기억이 지금도 내 가슴을 쓸어 내리고, 이름 모를 골목길, 고개 숙인 가로등들이 내려다 보는 어느 곳이든 달려나가고 싶습니다. 그곳에는 꼭, 정말로 나의 작은 소녀가 나를 기다리며, .. 2021. 2. 13.
이웃집 클로이-04 조나단은 41살의 남성이다. 알버타주 북부에 위치한 한 원유 공장에서 프로젝트 관리 매니저로 근무하고 있다. 그 원유 공장은 알버타 오일 앤 가스 컴퍼니 (Alberta Oil & Gas Company) 소유이다. 조나단은 엔지니어링 및 시공 전문 회사인 이피씨 스페셜리스츠 (EPC Specialists)의 직원으로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는 원유 생산량을 늘리는 작업이다. 18살이 되는 해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산업 전기기사 수습직으로서 처음 일을 시작하여 23년간 석유산업분야에서 일을 해오고 있는 베테랑이다. 원유 가격의 상승과 하락에 따라 해고와 재취업을 숱하게 반복하면서도, 동료나 상사들과의 유대 관계가 두텁고 신임이 높아서 오랜 기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금테.. 2021. 1. 8.
이웃집 클로이-03 앤은 가끔 조나단과 전화 통화를 한다. 앤이 손님을 맞이하거나, 숙박 손님이 떠난 후 뒷정리를 하느라 바쁠때는 조나단이 건 전화를 받지 못하기도 한다. 조나단은 클로이의 안부가 궁금해서 전화로 확인하곤 한다. 클로이만 생각하면 그저 안쓰러울뿐이다. 클로이의 친엄마인 앤은 에어비엔비로 생계를 꾸리고 있다. 조나단은 클로이의 친아빠지만 지금은 함께 살지 않는다. 컴퓨터 게임을 즐겨하는 앤에게는, 늘 집에 있으면서 할 수 있는 에어비엔비 운영이 천직인냥 여겨진다. 1층에 있는 서재를 개조한 방 1개와 워크아웃 형태로 된 지하에 있는 방 2개를 포함해서 모두 3개의 방을 손님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지하에는 욕조가 딸린 욕실과 간단한 취사 시설이 되어 있어 가족이나 4명 정도의 일행이 머물기에 적합하다. 워크아웃.. 2020. 12. 27.
이웃집 클로이-02 챨스릿지 커뮤니티는 대략 1970년대 중반에 형성된 동네이다. 당시의 방식대로, 커뮤니티 내에 같은 모양으로 지은 집은 단 한 채도 없다. 돈 할아버지와 패트리샤 할머니 둘이 사는 집은, 그 주변의 집들과 마찬가지로 1975년에 지어진 2층 집이다. 현재 70대 중반인 이 노부부가 결혼하면서, 새로 지은 지금의 집으로 입주한 이후 40여 년 동안 살고 있다. 그동안 딸 둘과 아들 둘이 모두 장성하여 독립해 나갔지만 이들은 가족들의 모든 추억을 간직한 채 그 집을 지키며 살고 있다. 40여 년의 세월만큼 자란 커다란 나무들이 둘레에 많다. 그런 나무들 사이로 크고 작은 새들의 지저귐과 다툼, 청설모를 닮은 다람쥐와 귀엽지 않은 토끼들의 조심스러운 출몰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노부부의 집 서쪽에는 클로이가,.. 2020. 12. 17.
이웃집 클로이-01 클로이는 캘거리의 챨스릿지 커뮤니티에 살고 있는 20살의 여성이다. 눈처럼 흰 피부에 허리까지 내려오는 눈부신 금발과 보는 이의 시선을 빨아들이는 짙은 파란색 눈을 가지고 있다. 키는 165 정도이고, 요란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풍만한 가슴과 몸매가 드러나는 꽉 끼는 흰색 티셔츠와 밝은 색의 청바지를 즐겨 입는다. 클로이가 신는 신발은 대부분 하얀색 운동화다. 클로이의 집은, 챨스릿지 로드와 챨스릿지 힐 도로가 만나는 삼거리의 한쪽 모서리에 있는 서향집이다. 그녀의 방은 집의 정면 쪽에 있어서 서쪽을 바라보는 위치에 있다. 멀리 지평선에 나지막이 들쭉날쭉 솟아 있는 록키 산맥이 한눈에 들어온다. 집 앞의 챨스릿지로드 아래로는 경사진 내리막 풀밭이 펼쳐져 있다. 100여 미터 정도 내려간 그 풀밭 끝에는.. 2020. 12.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