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 1. 옳고 그름, 우주의 의미를 푸는 실마리
3장. 이 법칙의 실재성
루이스는 앞서 제시한 '인간 본성의 법칙'(도덕률)이 단순한 관습이나 개인의 감정이 아님을 증명하며, 그것이 객관적인 실재임을 논증한다. 그는 1장에서 언급한 두 가지 사실, 즉 인간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법칙을 알고 있다는 점과, 실제로는 그 법칙대로 살지 못한다는 점으로 돌아와 이 간극의 의미를 깊게 파고든다.

두 종류의 법칙
이 장의 핵심은 루이스가 두 종류의 '법칙'을 명확히 구분하는 데에서 시작된다. 첫째는 중력 법칙처럼 사물이 실제로 움직이는 방식을 서술하는 '자연 법칙'이다. 이 법칙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돌멩이는 중력을 '따를지' 고민하지 않으며, 단지 그렇게 움직일 뿐이다. 따라서 이런 법칙은 사실상 '사물이 늘 하는 일'에 대한 다른 표현에 불과하다.
물론 어떤 돌이 자기 집 바위 정원에 걸맞지 않을 경우 ‘모양이 틀렸다’ 고 한다거나, 어떤 나무가 원하는 만큼의 그늘을 제공해 주지 못할 때 ‘나쁜’ 나무라고 말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어쩌다 보니 자신의 목적에 쓰기 편한 돌이나 나무를 만나지 못했다는 뜻일 뿐입니다.
반면, '인간 본성의 법칙'은 전혀 다른 성격을 지닌다. 이것은 인간이 '실제로 늘 하는 일'을 서술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로, 우리가 그 법칙을 어길 수 있고 실제로 자주 어기기 때문에 그 의미가 드러난다. 여기에 인간만의 독특함이 있다. 우주의 다른 모든 것에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is)'만 존재하지만, 인간에게는 그 사실과 더불어 "현실의 사실들 너머에 있는 무언가", 즉 '마땅히 그래야 하는 것(ought)'이 개입한다.
이 구분은 루이스 논증의 초석이다. 그는 도덕률이 단순한 심리 현상이 아니라, 물리 법칙과는 다른 종류의 '실재'임을 주장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한다.
반론에 대한 논박
루이스는 도덕률의 실재성을 부정하려는 두 가지 주요 반론을 제기하고 이를 조목조목 반박한다.
첫째, '옳고 그름'이란 단지 나에게 이롭거나 불편한 것에 대한 표현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루이스는 기차 좌석의 비유를 든다. 먼저 와서 자리를 차지한 사람과 내 자리를 몰래 빼앗은 사람 모두 나를 불편하게 하지만, 우리는 후자만을 비난한다. 이는 우리의 판단 기준이 단순한 편의나 불편함이 아니라 '공정성'이라는 더 깊은 차원에 있음을 보여준다.
때로는 내가 나쁘다고 말하는 행동이 내게 불편을 끼치기는커녕, 정반대로 이익을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전쟁중에 상대편에 배신자가 생기는 것은 아주 이로운 일입니다. 그래서 겉으로는 그를 활용하고 보상도 하지만, 속으로는 인간 버러지로 여기지요.
둘째, 도덕적 행동이란 결국 인류 전체의 생존과 행복에 유익하기 때문에 따르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루이스는 이 주장이 '순환 논증1'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왜 내가 개인의 손해를 감수하며 사회에 유익한 일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이 주장은 결국 "사람은 이기적이 되면 안 되니까"라고 답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니라, 질문의 전제(도덕률)를 되풀이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옳은 말이기는 하지만 논의를 진전시키지는 못하지요. 마치 ‘풋볼을 왜 하는가?’라는 질문에 ‘점수를 따려고’하고 대답해 봐야 별 의미가 없는 것과 같습니다. 점수를 따려고 노력하는 것은 경기 그 자체일 뿐, 경기를 하는 이유가 못 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논박들을 통해 루이스는 도덕률을 인간의 주관적 감정이나 사회적 합의로 치부하려는 시도를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그의 명쾌하고 일상에 근거한 비유는,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주장의 타당성을 인정하게 만든다는 생각이 든다.
결론
모든 반론에 대응한 후, 최종 결론에 도달한다. 도덕률은 물리적 사실도, 개인적 취향도, 사회적 발명품도 아니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단 하나다.
따라서 ‘옳고 그름의 법칙’ 혹은 ‘인간 본성의 법칙’은 여하튼 실재하는 것—인간들이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실제로 현실에 존재하는 것—임이 틀림없습니다.
이 법칙은 우리가 만든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압박하는, 사실과는 다른 종류의 '실재'다. 이 장을 통해 루이스는 독자가 '사실'의 범주를 넓히도록 요구한다. 눈에 보이는 물질적 현실 외에, 우리 양심에 직접적으로 호소하는 도덕적 현실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라는 것이다. 이로써 그는 "이 실재하는 법칙은 어디에서 오는가?"라는 다음 장의 질문을 위한 견고한 토대를 구축한다.
Mere Christianity (C.S. Lewis) - 05
An analysis of C.S. Lewis's argument for the Moral Law's objective reality, proving it's a real standard beyond human invention or feeling.
condepark.blogspot.com
- 순환 논증(循環論證, Circular Argument)은 결론이 전제 속에 이미 암묵적으로 포함되어 있는 논리적 오류를 말한다. 새로운 근거를 제시하여 주장을 증명하는 대신, 주장을 다른 말로 바꾸어 전제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논증은 'A는 참이다. 왜냐하면 B가 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B가 참인 이유는 A가 참이기 때문이다'와 같은 순환 구조를 가지며, 실질적으로 아무것도 증명하지 못하고 제자리를 맴돌게 된다. 본문에서 '사회의 유익을 위해 바르게 행동해야 한다'는 주장이 순환 논증인 이유는, '왜 사회의 유익에 신경 써야 하는가?'라는 질문의 답이 결국 '이기적이어서는 안 된다'는 원래의 도덕률 자체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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