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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신앙

순전한 기독교 (C.S. 루이스) 06 - 4장. 이 법칙의 배후에 있는 것

by 콘데미앙 2025. 8. 9.

파트 1. 옳고 그름, 우주의 의미를 푸는 실마리

4장. 이 법칙의 배후에 있는 것

C.S. 루이스는 4장에서, 앞서 확립한 '인간 본성의 법칙'(도덕률)이라는 단서를 가지고 우주에 관한 가장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과연 이 법칙의 배후에는 무엇이 있는가?" 이 질문을 통해, 우리가 경험하는 내면의 도덕률이 우주의 본질에 관해 무엇을 말해주는지를 논리적으로 탐색한다.

 

광대하고 혼돈스러운 어두운 우주의 바다를 가르며 흐르는 따뜻한 황금빛 강을 묘사한 추상 유화. 두껍고 표현적인 질감과 붓 자국은 혼돈 속에서 유기적이고 내재적인 질서가 드러나는 것을 암시합니다.

 

두 개의 관점과 과학의 한계

 

루이스는 먼저 우주를 설명하는 거대한 두 가지 관점을 제시하며 논의를 시작한다. 하나는 모든 것이 물질과 우연의 산물이라는 유물론적 관점이며, 다른 하나는 우주의 배후에 지성과 목적이 있다는 종교적 관점이다. 루이스는 이 두 관점이 고대부터 늘 함께 존재해 왔음을 상기시키며, 어느 한쪽이 더 '현대적'이라는 편견은 배제한다.

'과학 대 종교'라는 낡고 소모적인 대결 구도를 피하고, 과학의 본질적 역할을 명확히 정의한다. 과학은 관찰과 실험을 통해 사물이 "어떻게 움직이는가를 관찰"할 뿐, "어떤 사물이 왜 존재하느냐" 또는 그 배후에 무언가가 있는지를 묻는 것은 과학의 질문이 아니라고 선을 긋는다.

결국 이것은 상식의 문제입니다. 언젠가 과학이 완벽해져서 전 우주에 있는 것들을 낱낱이 알게 되었다고 가정해 봅시다. 설사 그렇게 되었다 해도 “우주는 왜 존재하는가?”, “우주가 지금처럼 지속되고 있는 목적은 무엇인가?”, “우주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와 같은 질문들은 지금과 똑같이 남아 있을 것이 분명해 보이지 않습니까?

 

이 통찰은 매우 중요하다. 과학이 모든 질문에 답을 줄 것이라는 '과학만능주의'의 환상을 걷어내고, 인간의 근원적 질문은 다른 차원의 탐구를 필요로 함을 명확히 하기 때문이다. 이는 신앙을 비과학적인 것으로 치부하는 태도를 넘어, 각 학문과 사유의 영역을 존중하는 지성적인 자세로 보인다.

유일한 단서

외부 관찰만으로는 우주의 '배후'를 알 수 없다는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한다. 바로 우리가 가진 유일하고도 특별한 단서, '인간' 자신에게로 시선을 돌리는 것이다.

외부의 관찰로는 알 수 없는 내용들까지 속속들이 알 수 있는 대상이 전 우주에 딱 하나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바로 인간입니다. 우리는 인간을 단순히 관찰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자신이 바로 인간입니다. 이를테면 이 경우에 한해서는 내부 정보를 가지고 있는 셈이지요.

 

'내부 정보'라는 개념은 루이스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객관적 데이터만을 중시하는 세상에서, 그는 우리 내면의 경험—옳고 그름에 대한 감각과 의무감—이야말로 우주의 본질을 엿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증거'라고 주장한다. 외부에서 돌멩이나 나무를 연구해서는 결코 알 수 없는 '당위(ought)'의 법칙을 우리는 우리 안에서 직접 경험하기 때문이다.

추론의 과정과 결론

이 ‘내부 정보’를 바탕으로 루이스는 '편지 봉투'라는 직관적인 비유를 들어 논증을 이어간다. 우리는 수많은 봉투(우주의 다른 사물들)를 열어볼 수 없지만, 유일하게 우리에게 허락된 봉투인 '인간'을 열어봄으로써 그 안에 담긴 메시지(도덕률)와 그것을 보낸 '발신인'이 있음을 추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으로서 우리가 열 수 있는 유일한 봉투는 인간 자신입니다. 그 봉투를 열어 보았을 때... 제가 발견한 것은 ‘나는 독립적인 존재가 아니며 어떤 법칙 아래 있는 존재’라는 사실, 즉 ‘내가 일정한 방식으로 행동하기를 원하는 누군가 또는 무언가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추론을 통해 루이스는 조심스러운 결론에 도달한다. 그는 아직 '하나님'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지금까지의 논증이 증명하는 것은 "우주를 지휘하고 있는 무언가가 존재하며, 그 무언가는 내 안에서 옳은 일을 하도록 재촉하고 그릇된 일에는 책임감과 불편함을 느끼게 만드는 하나의 법칙으로 나타난다"는 사실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 '무언가'는 지시를 내릴 수 없는 물질보다는, '정신(mind)'에 가깝다고 덧붙인다.

 

이러한 단계적 접근은 루이스의 지적 정직함을 보여주는 동시에, 독자에게 신뢰를 준다. 그는 맹목적인 믿음을 요구하는 대신, 이성적 추론을 통해 회의주의자라도 동의할 수 있는 지점까지 이끌어 간다. 이 장은 결국 신앙이 비이성적 도약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가진 내면의 경험에서 출발하는 가장 합리적인 귀결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Mere Christianity (C.S. Lewis) 06 - Chapter 4. What Lies Behind the Law

C.S. Lewis argues that the inner Moral Law is a clue to a Mind behind the universe, offering a rational foundation for faith that transcends science.

condepark.blogspo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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