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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야기

개미의 에베레스트 탐색기

by 콘데미앙 2020. 7. 11.

우리를 무엇이라고 할 것인가.

"인간은 만물의 척도이다"
-프로타고라스 -

 

그의 말대로 과연 우리는 만물의 척도일까?

 

여기 지상으로부터 1미터 상공과 10억 광년 떨어진 공간 사이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을 담아 보았다. 지금 우리가 쓰는 "우리"의 크기가 얼마인지 그리고, 과연 "우리"의 존재가 무엇인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겸허히 생각해 보기로 한다.

개미가 에베레스트 산을 오르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듯, 우리도 조그마한 과학의 힘을 빌어 거대한 우주로 떠나 보자.


햇살이 비치는 줄무늬 담요 위에 한 남성이 옆으로 누워 조용히 눈을 감고 있다. 그는 흰 셔츠와 연한 베이지색 바지를 입고, 한 손은 가슴에 얹고 다른 손은 잡지를 느슨하게 쥐고 있다. 주변에는 과일과 빵, 와인잔, 꽃 접시, 도시락, 과학 잡지 등이 놓여 있어 소풍을 즐기다 잠든 듯한 따뜻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1 m

인간이 보고 만지고 느낄 수 있는 크기의 공간. 따스한 10월의 어느 날에 편안하게 잠들어 있는 한 남자.
그의 주변에는 몸과 마음의 양식과 즐길 거리들이 있다. 그가 보고 만지고 느낄 수 있는......
 

 

지상 10미터 상공에서 내려다본 장면. 넓은 초록 잔디밭 가운데 줄무늬 담요가 펼쳐져 있고, 그 위에는 한 남성이 누워 있고 그의 오른쪽 다리 곁에는 아내가 다리를 쭉 뻗은 채 책을 읽고 있다. 담요 위에는 소풍 음식과 소지품이 가지런히 놓여 있으며, 두 사람은 고요하고 따뜻한 한낮의 여유를 즐기고 있다.

10 m

그의 사랑스러운 아내는 옆에서 잡지를 읽고 있고, 그들은 지금부터 시작되는 우주로의 상상을 초월하는 상승의 가장 중심에 있다.

 

 

지상 100미터 상공에서 내려다본 도시 풍경. 넓은 초록 잔디밭 중앙에 소풍을 즐기는 두 사람이 작은 점처럼 보이고, 왼쪽에는 차들이 달리는 도로가, 오른쪽에는 정박된 요트들이 줄지어 선 마리나가 보인다. 인간의 존재가 도시와 자연의 광활함 속에서 얼마나 작고 섬세한지를 느끼게 하는 시점이다.

100 m

주변엔 도로와 부두가 보이고, 이 정도의 땅을 소유해도 성공한 사람이라고 할 것을. 이 곳은 과연 어느 도시의 일부일까.
 
 
지상 1킬로미터 상공에서 내려다본 시카고 도심 지역. 중앙에는 잔디밭과 마리나, 정박된 요트들이 보이며, 왼쪽에는 미식축구 경기장인 솔저스 필드와 그 위쪽으로는 박물관 건물이 위치해 있다. 오른쪽에는 호숫가를 따라 주차장과 도로가 펼쳐져 있고, 레이크 쇼어 드라이브 도로에는 자동차들이 규칙적으로 오가고 있다. 도시 구조와 자연 요소가 선명하게 드러나는 탁 트인 항공 시점이다.

1 km

우리는 이제 시카고의 레이크 쇼어 드라이브 Lake Shore Drive와 솔져스 필드 Soldiers' Field 그리고 박물관 등을 볼 수 있다. 
 
 
지상 10킬로미터 상공에서 내려다본 시카고 전경. 도시 전체가 촘촘한 격자무늬처럼 펼쳐지며, 중심부는 미시간 호수 가장자리에 위치해 있다. 항구 시설과 도심 건물들, 도로망이 한눈에 들어오고, 이 범위 안에는 약 백만 명의 인구가 거주하고 있다. 도시와 물, 인간 활동의 밀도가 뚜렷하게 구분되는 광역적 시점이다.

10 km

미시간 호수의 끝에 위치한 시카고의 중심부. 이 정도의 높이에서 백 만명 정도가 살고 있는 공간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지상 100킬로미터 상공에서 바라본 시카고와 그 주변 지역. 미시간 호수가 오른쪽에 넓게 펼쳐져 있으며, 왼쪽에는 시카고를 중심으로 도시와 교외 지역이 격자형 도로망을 따라 퍼져 있다. 도시의 윤곽은 흐릿해지고, 인간 활동의 흔적은 점과 선의 집합으로 변해간다. 거대한 호수와 육지가 만나는 경계가 뚜렷하게 드러나며, 인간의 흔적이 점차 축소되는 시점이다.

100 km

정방형 도로들이 규칙적으로 교차하는 시카고.  누군가 저 호숫가에서 하늘을 보며 맑다고 탄성을 지르고 있을지도 모를일이다. 
 
 
지상 1,000킬로미터 상공에서 바라본 북미 대륙 중부. 화면 중앙에는 미시간 호수가 검푸른 빛으로 뚜렷하게 보이며, 그 남서쪽 끝에 시카고가 점처럼 위치해 있다. 주변으로는 오대호의 일부와 넓은 숲과 구름들이 펼쳐져 있으며, 인간의 흔적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아진다. 지구의 곡률과 대기의 질감이 은은히 드러나는 시점이다.

1,000 (천) km

거대한 호수의 위용이 드러난다. 저 미시간호는 면적만 58,020 평방킬로미터 이며, 미국 북부 5대호의 하나로 그외에도 슈피리어호(82,360), 휴런호(59,570), 이리호(26,720), 온타리오호(19,680) 등이 있다. 우리나라의 총 면적이 약 221,000 평방킬로미터 (남, 약 99,000 + 북 약 122,000)임을 감안해 보면 얼마나 거대한 호수인가를 알 수 있으리라.
 
지상 10,000킬로미터 상공에서 바라본 지구의 북미 대륙. 거대한 구름띠가 대기를 휘감으며 소용돌이치고 있고, 육지와 해양이 서로 어우러져 행성의 생동감을 드러낸다. 시카고를 포함한 인간의 모든 흔적은 더 이상 식별되지 않으며, 이제 지구는 하나의 유기체처럼 보인다. 둥글고 푸른 행성의 생명력이 우주의 어둠 속에서 부드럽게 떠오른다.

10,000 (만) km

파란 하늘과 거대한 구름 덩어리들 북미, 중남미의 윤곽과 태평양, 대서양의 모습이 보인다. 이와 흡사한 지도를 만들기 위해 300년이 걸렸고 이러한 사진으로 실제 대륙들 모양을 알 수 있게 된 것이 1967년으로 겨우 38년 전이었다.
 
 
지상 100,000킬로미터 상공에서 바라본 지구. 화면 중앙에 작은 구슬처럼 떠 있는 지구는 흑백의 구름 무늬로 덮인 둥근 형태를 이루고 있고, 주변은 무수한 별들로 가득한 깊고 고요한 우주다. 이제 인간은커녕 대륙조차 식별되지 않으며, 지구는 수많은 별 사이에서 반짝이는 하나의 점처럼 존재한다. 광대한 우주 속에서 생명의 행성이 얼마나 작고 고요한지를 실감하게 하는 장면이다.

100,000 (십만) km

작고 나약해보이기 그지없는 지구. 잠자는 한 남자의 신체 일부를 담던 사각형에 지구가 들어간다.
 
 

지상 1,000,000킬로미터 상공에서 바라본 우주 공간. 화면 중앙의 작은 점이 지구이며, 그 주변을 타원형 궤도로 감싼 선은 달의 공전 궤도이다. 배경은 수많은 별들로 가득 차 있고, 이제 지구와 달의 거리감이 시각적으로 드러난다. 우주의 깊이와 정적 속에서 지구는 더 이상 중심이 아니며, 그저 셀 수 없이 많은 점들 중 하나로 보인다.

1,000,000 (백만) km

지구의 모습을 분별하기 어렵고 대신 달의 공전 궤도를 볼 수 있다.
 

지상 10,000,000킬로미터 상공에서 바라본 우주 공간. 수많은 별들로 가득한 어두운 배경 위에 밝은 녹색의 대각선 띠가 화면을 가로지르며, 이는 지구의 공전 궤도를 나타낸다. 중앙에는 타원형 궤도선이 작게 표시되어 있으며, 그 안의 점은 이제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작아진 지구이다. 이 시점에서는 태양계 내에서의 위치와 운동이 부각되며, 인간의 존재는 감지조차 어려운 미세함으로 축소된다.

10 (천만) km

저 사각형안에 지구와 달 그리고 달의 궤도까지 담을 수 있다. 녹색 선이 지구의 공전 궤도이다.
 
지상 100,000,000킬로미터 상공에서 바라본 태양계의 일부. 어두운 우주 공간을 배경으로 세 개의 곡선 궤도가 화면을 가로지른다. 가운데 초록색 궤도는 지구의 공전 궤도이고, 그 안쪽과 바깥쪽에는 각각 다른 행성들의 궤도(예: 금성, 화성)가 주황빛으로 나타나 있다. 수많은 별들이 배경에 흩어져 있으며, 이제 행성조차 점으로만 인식될 만큼 거리감이 극대화된 시점이다.

10⁸ (억) km

지구도 달의 궤도도 보이지 않고 금성, 지구, 화성의 공전 궤도 일부가 보인다. 지구는 9월과 10월에 걸친 약 6주간의 시간을 말하는 공간 속에 있는듯.
 
지상 1,000,000,000킬로미터 상공에서 바라본 태양계의 모습. 화면 중앙에는 태양이 작은 빛점으로 자리하고 있으며, 그 주위를 둘러싼 여러 개의 타원 궤도가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등 내행성들의 공전 궤도이다. 화면 가장자리를 따라 노란색 곡선이 보이는데, 이는 목성 궤도의 일부로 태양계 외곽으로 향하고 있다. 별들로 가득한 배경 속에서 태양계의 질서와 구조가 한눈에 들어오는 광대한 시점이다.

10⁹ (십억) km

우리는 이제 태양과 수성, 금성, 지구, 화성의 궤도 그리고 목성의 궤도 일부를 볼 수 있는 곳까지 왔다. 이 곳이 지구의 땅 위로부터 10억 킬로미터 떨어진 곳이다.
 
지상 10,000,000,000킬로미터 상공에서 내려다본 태양계의 전경. 화면 중심에는 태양이 작은 점으로 빛나고 있고, 이를 중심으로 다섯 개 이상의 타원 궤도가 겹겹이 펼쳐져 있다. 이는 수성과 금성에서부터 지구,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에 이르는 행성들의 공전 궤도이다. 오른쪽 끝부분으로는 명왕성의 긴 타원 궤도가 기울어져 나타난다. 별들이 촘촘히 분포한 배경 속에서 태양계는 하나의 조용한 별무리처럼 우주의 중심이 아닌 한 부분으로 자리한다.

10¹⁰ (백억) km

태양계 행성 대부분의 궤도를 볼 수 있는 곳. 그 거대한 태양조차 가물가물한 곳. 이미 우리는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어 솟아 오르고 있다. 빛 보다 더 빠른 속도로.

 

지상 100,000,000,000킬로미터 상공에서 바라본 태양계. 화면 중앙에 아주 작게 떠 있는 점 근처로, 여러 개의 타원 궤도가 겹겹이 감싸며 태양계의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명왕성의 궤도까지 한눈에 들어오며, 태양은 더 이상 중심이 아닌 하나의 흐릿한 점에 불과하다. 광활한 우주 공간은 무수한 별들로 가득 차 있고, 태양계는 이제 은하계 속의 작은 흔적처럼 보일 뿐이다.

10¹¹ (천억) km

어느덧 태양계를 벗어나 그 크기보다도 더 먼 거리에서 태양계를 바라본다. 최근 발견된 태양계의 10번째 행성도 (2005년 8월 1일자 한겨레 기사 [태양계 10번째 행성 발견 논란]), 목성도 토성도 아니 태양 마저도 저 궤도선과 사각형이 없다면 구분할 수 없는 곳.
 

지상 1조(10¹²) 킬로미터 상공에서 바라본 우주 공간. 화면 중앙에는 태양계를 구성하는 타원 궤도들이 매우 작고 조밀한 구조로 묶여 있으며, 중심의 태양은 거의 식별되지 않는다. 이 모든 궤도 구조가 하나의 점처럼 보이고, 배경은 수없이 많은 별들로 빼곡히 채워져 있다. 태양계는 이제 우주의 무수한 별무리 중 하나로 축소되며, 인간 문명의 모든 흔적은 완전히 사라진다.

10¹² (조) km

태양계는 이미 다른 별들과 구분이 되지 않는듯. 별의 바다이다.
 
지상 10조 킬로미터, 즉 약 1광년 거리에서 바라본 우주 공간. 화면 중앙에는 하나의 밝은 점이 고요히 떠 있으며, 이는 태양이다. 태양계는 이제 완전히 보이지 않고, 수천 개의 별들이 배경을 이루며 빽빽하게 흩어져 있다. 이 거리에서는 태양도 단지 다른 별들과 다르지 않은 하나의 점에 불과하며, 인간이 속한 별의 위상이 우주 속에서 얼마나 작고 겸손한지를 실감하게 한다.

10¹³ (십조) km = 1광년

평소에 친숙하지 않던 단위다.
 9.46조 km = 1광년인데 편의상 10조 km를 1광년으로 하자.
 
 

10¹⁴(백조) km = 10 광년

지구의 한 구석에서 우아한 자태를 뽐내며 날아다니는 백조가 아니다. 조가 백개. 따라서 우리는 이 정도의 위치를 10광년이라고 부른다. 빛의 속도로 10년이 걸리는 거리.
 
 

*km로 가늠하기에는 너무도 큰 단위들이 나오기에 이제부터는 광년을 단위로 계속 가보자.

 

100 광년

비행기를 타고 100년을 날아가면 우리는 어디에 있을까? 물론 답은 여전히 지구의 상공일 것이다. 대기권을 벗어날 수 없으므로. 이 곳은 빛의 속도로 100년을 날아서 도착한 곳이다. 별의 바다 가운데, 그리고 저 사각형 안,  그 어딘가에 우리의 위대한 태양이 있다. 태양이 없으면 우린 그리고 지구는 죽음의 별이 될것이다. 그토록이나 위대한 태양이다.
 

 

1,000 (천) 광년

우리가, 여기 보이는 별들을 지구의 어느 날 밤에 봤다면, 그 모습은 이미 1천년 전의 모습들이다. 상상해 보라. 지금은 이미 없는 별도, 그리고 새로 탄생한 별도 있을것을.

 

 

10,000 (만) 광년

별의 바다라기 보다는 별의 구름. 반짝거리는 우주 가스. 그리고 회오리 모양의 은하계 형상이 점차 보이기 시작하는 곳. 이미 우리의 상상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100,000 (십만) 광년

포유류가 출현한지 얼마나 되었던가. 일 만년 전에도, 십 만년 전에도 문명은 없었다 (지금까지 밝혀진 바로는). 천억개 이상의 별로 이루어졌다는 은하수. 우리가 그토록 위대하게 생각하는 태양은 저 변두리 어느 곳에 있어, 보이지도 않는 거리에 있다.

 

 

1,000,000 (백만) 광년

태양계 정도가 아니라 은하계 조차도 가물가물한 곳. 감히 거리라는 말을 쓸 수가 없다. 
 

10,000,000 (천만) 광년

빛의 속도로 천만 년을 움직여야 가볼 수 있는 곳. 가보고 싶지 않은가. 저 별과 은하수와 가스 그리고 먼지들. 만져보고 싶지 않은가.

 

 

10⁸ (억) 광년

다른 성운들이 보인다. 처녀 성운 (Virgo Cluster). 은하계는 우리 태양계가 속한 거대한 성운이다. 우리의 고향. 우리란 인간뿐 아니라 지구에 속한 모든 생물, 무생물 그리고 달과 다른 태양계 행성들, 더 나아가서는 수 많은 항성, 소행성, 가스, 먼지. 여기서 "우리"는, 평소에 인간들이 사용하는 개념과는 비교할 수 없이 거대한 개념이다.
성운들 조차 가물 가물. 무슨 말이 필요하랴. 저 작은 사각형 안에는 그 남자도 있고, 미국 대륙도 그리고 지구도, 태양계도, 우리 은하계도, 다른 성운들도 모두 담겨져 있다.
 
From  https://www.icc.dur.ac.uk/~tt/Lectures/Galaxies/LocalGroup/Back/superc.html

*추가됨 (2025년)10⁹ (십억) 광년

 과학의 발전에 의해 우주 시력이 더 좋아진 인류가 찾아낸, 지구로부터 10억 광년 이내의 거리에서 보는 우주의 풍경. 지구는 어디에 있나?

 

우리는 만물의 척도인가?

 


 

An Ant's Everest Exploration

A journey from 1 meter to 1 billion light-years—reflecting on human scale, science, and our humble place in the vast universe.

condepark.blogspo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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