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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Writing/사진과 시 Photo & Poem

부정어 (否定語)가 오기 전

by Deposo 2020. 11. 27.

내가 가진 가장 소중한 것을 주고 싶은 때에,
나는 그이가 이것을 받아줄 수 있을 것인가가 너무도 두려워서
많은 시간을 서성거리기만 하다가
어느 눈이 오려고 잔뜩 찌푸린 날에,
부끄러운지도 모르고 마구 떠들어대던
내 모습을 보았다.

나 이면서도 멀치감치서 바라보는듯한
이 관능적인 엿봄의 즐거움.

무엇이 중요한가.
정말로 무엇이 소중한가.
그렇게 소중한 것을 주었는데도
하나도 아쉽지 않으니......

나는 모른다.
알 수가 없다.
이처럼 기꺼워하지도 않는 그대에게 가져다준 것이
정말 내게 소중했던 것이었는지,
그리고 나는 그대를 생각하면서도,
다른 이를 대상으로 말을 하고 있으니,
이젠 그대가 누군지도 모르고 있으니.
그 아름다운 "그대"라는 의미의 소중함도
내가 가진 가장 소중한 것도 알 수가 없으니,
이런 때에는 어찌해야 하나.
나에게 말하여줄 이도,
내가 말해줄 이도,
무엇 때문인지도,
왜 죽음 같은 고요 뒤엔 반드시
희미한 요동이 내 마음을 뒤흔드는지도,
그리고
마침내는 부정어가 자리해야만 하게 되었는지도.

 

199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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