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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5

늘 헐렁한 옷을 입어야만 했던 연우 씨 연우에게는 옷을 살 때마다 떨쳐버리지 못하는 강박증 같은 것이 있었다. 매번 그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에는 강박증이 시키는 대로 따르고야 말았다. 연우의 어릴 적 부모님들은 커다란 양품점을 운영하셨다. 중심 번화가에 있었던 그 양품점은 다양한 연령대의 아동복과 남녀 의류, 잡화, 액세서리와 각종 생활용품은 물론 담배와 고속버스 승차권까지 대행 판매하는 당시로서는 백화점 같은 양품점이었다. 규모가 큰 만큼 직원들도 많아서 한 번에 근무하는 직원 수가 예닐곱 명은 되었다. 기혼자를 빼고는 모두 안집이라고 불리는 매장 뒤의 거주 공간에서 숙식을 해결했으니 실로 대가족이 사는 곳이었다. 그런 고급 양품점 집의 맏아들이던 연우는 어울리지 않게도 늘 헌 옷을 고집했다. 대형 양품점의 안주인이던 연우의 어머니는 .. 2021. 3. 21.
이웃집 클로이-04 조나단은 41살의 남성이다. 알버타주 북부에 위치한 한 원유 공장에서 프로젝트 관리 매니저로 근무하고 있다. 그 원유 공장은 알버타 오일 앤 가스 컴퍼니 (Alberta Oil & Gas Company) 소유이다. 조나단은 엔지니어링 및 시공 전문 회사인 이피씨 스페셜리스츠 (EPC Specialists)의 직원으로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는 원유 생산량을 늘리는 작업이다. 18살이 되는 해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산업 전기기사 수습직으로서 처음 일을 시작하여 23년간 석유산업분야에서 일을 해오고 있는 베테랑이다. 원유 가격의 상승과 하락에 따라 해고와 재취업을 숱하게 반복하면서도, 동료나 상사들과의 유대 관계가 두텁고 신임이 높아서 오랜 기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금테.. 2021. 1. 9.
이웃집 클로이-03 앤은 가끔 조나단과 전화 통화를 한다. 앤이 손님을 맞이하거나, 숙박 손님이 떠난 후 뒷정리를 하느라 바쁠때는 조나단이 건 전화를 받지 못하기도 한다. 조나단은 클로이의 안부가 궁금해서 전화로 확인하곤 한다. 클로이만 생각하면 그저 안쓰러울뿐이다. 클로이의 친엄마인 앤은 에어비엔비로 생계를 꾸리고 있다. 조나단은 클로이의 친아빠지만 지금은 함께 살지 않는다. 컴퓨터 게임을 즐겨하는 앤에게는, 늘 집에 있으면서 할 수 있는 에어비엔비 운영이 천직인냥 여겨진다. 1층에 있는 서재를 개조한 방 1개와 워크아웃 형태로 된 지하에 있는 방 2개를 포함해서 모두 3개의 방을 손님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지하에는 욕조가 딸린 욕실과 간단한 취사 시설이 되어 있어 가족이나 4명 정도의 일행이 머물기에 적합하다. 워크아웃.. 2020. 12. 28.
이웃집 클로이-02 챨스릿지 커뮤니티는 대략 1970년대 중반에 형성된 동네이다. 당시의 방식대로, 커뮤니티 내에 같은 모양으로 지은 집은 단 한 채도 없다. 돈 할아버지와 패트리샤 할머니 둘이 사는 집은, 그 주변의 집들과 마찬가지로 1975년에 지어진 2층 집이다. 현재 70대 중반인 이 노부부가 결혼하면서, 새로 지은 지금의 집으로 입주한 이후 40여 년 동안 살고 있다. 그동안 딸 둘과 아들 둘이 모두 장성하여 독립해 나갔지만 이들은 가족들의 모든 추억을 간직한 채 그 집을 지키며 살고 있다. 40여 년의 세월만큼 자란 커다란 나무들이 둘레에 많다. 그런 나무들 사이로 크고 작은 새들의 지저귐과 다툼, 청설모를 닮은 다람쥐와 귀엽지 않은 토끼들의 조심스러운 출몰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노부부의 집 서쪽에는 클로이가,.. 2020. 12. 18.
이웃집 클로이-01 클로이는 캘거리의 챨스릿지 커뮤니티에 살고 있는 20살의 여성이다. 눈처럼 흰 피부에 허리까지 내려오는 눈부신 금발과 보는 이의 시선을 빨아들이는 짙은 파란색 눈을 가지고 있다. 키는 165 정도이고, 요란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풍만한 가슴과 몸매가 드러나는 꽉 끼는 흰색 티셔츠와 밝은 색의 청바지를 즐겨 입는다. 클로이가 신는 신발은 대부분 하얀색 운동화다. 클로이의 집은, 챨스릿지 로드와 챨스릿지 힐 도로가 만나는 삼거리의 한쪽 모서리에 있는 서향집이다. 그녀의 방은 집의 정면 쪽에 있어서 서쪽을 바라보는 위치에 있다. 멀리 지평선에 나지막이 들쭉날쭉 솟아 있는 록키 산맥이 한눈에 들어온다. 집 앞의 챨스릿지로드 아래로는 경사진 내리막 풀밭이 펼쳐져 있다. 100여 미터 정도 내려간 그 풀밭 끝에는.. 2020. 12.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