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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야기3

1년 동안 켜 두었던 마음 작은 행복이야기 - 03 올해 "가을이"는 예년보다 조금 늦게 이곳을 떠났다. 뒤이어 찾아온 "겨울이"는 성깔 있는 아이였다. 지난주 내내 눈을 뿌렸다. 그렇다고 펑펑 내릴 만큼 뿌리지는 않았다. 그렇게 찔끔거리듯 뿌리던 눈을, 결국 지난 24일 토요일에는 막판 떨이하듯 마구 쏟아부었다. 2020 겨울이의 첫인사였다. 울타리 나무의 잎들이 올해에는 유난히도 끈질기게 달려있다. 늦게 떠난 가을이 때문인지 방심하고 있다가 불쑥 나타난 겨울이의 첫인사에 적잖이 당황했을 것이다. 가만히 주위를 둘러보니 그건 비단 울타리 나무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동네 이곳저곳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다른 나무들도 마찬가지였다. 낙엽이 아직 다 지지 않았었구나. 작년 성탄절 전에 LED 전구를 설치했었다. 매년 그 맘때가 되면 아무.. 2020. 10. 28.
이발 작은 행복이야기-02 코로나바이러스로 온 세상이 몸살이다. 생존을 위한 식료품 매장을 제외한 거의 모든 서비스가 중단된 상태이다. 공원, 놀이터를 포함한 공공시설은 물론이고 쇼핑몰, 식당, 뷰티숍 등 일상생활 속에서 자주 이용하던 공간들의 문이 굳게 닫혀 있다. 그런 가운데, 배려심이 많은 소박한 캐나다 사람들은 차분하게 덤덤하게 보내고 있다. ​ ​ 내가 아는 몇 사람은 2개월 정도 이발을 하지 못해서 덥수룩해진 머리를 달고 있었다. "스스로 머리 깎기"를 시도하기엔 위험 부담이 너무 커서 감히 도전해보지 못한다. 가족들에게 부탁을 하고 싶어도, 망쳤을 때의 후환이 두려워 아무도 나서지 않을게 뻔해 보인다. 참을 수밖에 없다. ​ 하지만 나는 전혀 걱정이 없다. 지난 12년 동안 늘 그래왔듯이, 아내가.. 2020. 9. 10.
헌 옷 작은 행복이야기-01 연중 섭씨 25도 이상을 넘는 날이 30일을 조금 넘거나 심지어는 그보다 적은 해도 있는 이곳. 겨울이 지났다고 해서 굳이 두꺼운 옷들을 옷장이나 서랍에 깊숙이 가두어 두지 않는다. 가끔 5월이나 9월에도, 미친 듯이 눈이 내려 쌓이기도 한다. ​ 그렇기는 해도, 계절이 바뀔 때마다 두께나 모양, 기능이 다른 옷들을 꺼내어 입는 일은 어떤 설렘을 안겨주는 작은 행복이다. 해마다 입었던 헌 옷임에도 불구하고, 오랜만에 보는 눈에는, 새 옷을 득템 한듯한 신선함이 기껍다. ​ 겨울이 코앞 모퉁이를 힘차게 돌아 들어오려는 즈음, 두꺼운 옷들을 챙기며 느끼는 어떤 안도감은, 춥고 긴 겨울을 어렵사리 품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덜어 주기에 충분하다. 나의 작은 행복은 헌 옷에도, 추운 겨울에도 .. 2020.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