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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Writing/수필 Essay

헌 옷

by Deposo 2020. 9. 10.

작은 행복이야기-01

   연중 섭씨 25도 이상을 넘는 날이 30일을 조금 넘거나 심지어는 그보다 적은 해도 있는 이곳. 겨울이 지났다고 해서 굳이 두꺼운 옷들을 옷장이나 서랍에 깊숙이 가두어 두지 않는다. 가끔 5월이나 9월에도, 미친 듯이 눈이 내려 쌓이기도 한다.

 

Photo by Andre Benz on Unsplash

   그렇기는 해도, 계절이 바뀔 때마다 두께나 모양, 기능이 다른 옷들을 꺼내어 입는 일은 어떤 설렘을 안겨주는 작은 행복이다. 해마다 입었던 헌 옷임에도 불구하고, 오랜만에 보는 눈에는, 새 옷을 득템 한듯한 신선함이 기껍다.

 

Photo by Annie Spratt on Unsplash

   겨울이 코앞 모퉁이를 힘차게 돌아 들어오려는 즈음, 두꺼운 옷들을 챙기며 느끼는 어떤 안도감은, 춥고 긴 겨울을 어렵사리 품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덜어 주기에 충분하다. 나의 작은 행복은 헌 옷에도, 추운 겨울에도 있다.

 

2019.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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