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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Writing/수필 Essay

여름의 흔적-2012

by Deposo 2020. 9. 12.

   세상이 넓어 갈 곳도 많고, 아직 젊어 할 일도 많은데 가끔은 마음 둘 곳 없는 느낌이 깊어 자꾸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게 된다. 머리 한 구석에는 아직도 풀지 못한 의문들이 가끔씩 되살아나 짧은 순간이나마 현실과 동떨어진 어떤 단맛을 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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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침없이 망설임 없이 지내온 시간들.
   때로는 무겁고도 처절하게, 때로는 가벼웁기가 먼지보다도 더해서 이리저리 휘청대며 끌리는 대로 휩쓸려 다니던 시간도 있었다. 장대비로 쏟아지는 비를 맞고 싶다. 쇼섕크 탈출 Shawshank Redemption에서 보여진 빗속의 환희와 같은 그런 강렬한 순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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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없는 이 서부 캐나다의 평원을 무작정 달리고 싶다. 포레스트 검프가 그랬던 것처럼 어디에 있을지도 모를 나의 이상을 만나는 그러한 결론을. 인생은 어쩌면 드라마나 영화 처럼 사필귀정으로,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을지도 모르는 살얼음 판이다. 때로는 아니 종종, 사악하고 간교한 자들이 승리하는 장면들이 끝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우리가 배우고 보고 듣는 가운데 주입된 정의와 숭고한 가치는 사악한 자의 통치를 위한 도구요, 간교한 자들의 노리갯감이 되었다. 그러한 패악무도한 짓들을 비난하면서도, 어느새 따라 하고 있는 자신을 느끼곤 섬찟 놀라기도 하지 않는가.

 

 

   나.
   자신의 즐거움과 만족을 위해 하는 약간의 수고를 봉사라고 생각하고, 돈 몇 푼 내면서 남들을 위해 도움을 주고 있다고 자위하며, 정성도 순박함도 신실함도 없는 신앙을 가지고 신자라고 믿고 있는 나의 생각과 행동은 항상 옳은 것 같고 다른 이는 고쳐야 할 점이 있다고 여기는 그런 모순을 품은. 언제나 고칠 수 있을까.

 

 

   지난 여름에는 많은 흔적들을 남겼다.
   산과 들과 호수 그리고 사랑하는 나의 가족들, 형제들. 사람들을 만나고 그리고 이야기하고 마음을 나누려고 하고. 왔다가는 사라지기도 했던 수 많은 별들. 그 별들은 마치 우리 마음 속의 참되고 고귀한 소망 같기도 했다. 애써 보려고 하고, 찾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그런. 때로는 우리가 함께 가야할 그런 귀한 사람들 같은. 꽤나 오랫동안 고뇌하던 생각들도 떠올렸다.

 

 

   그 여름의 흔적들이 이제는 가을의 그늘 아래에 가려지려 한다.

   기억이 그러하듯 자주 부르지 않으면 잊혀지는 노래처럼, 그 흔적들도 서서히 색이 바래 없어지겠지만, 되도록이면 더 오래도록 기억하고 사랑하고 음미하고 싶다. 그 높은 길, 좁은 길, 깊은 길로 가고 싶다.

 

 

2012.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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