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글 Writing/의견 Opinion

먹고 살기가 어려워진 이유

by Deposo 2020. 8. 21.

국민 소득, 첨단 기술 다 좋아졌는데, 왜 이렇게 살기가 힘들까?
가장 혼자 벌어도 그럭저럭 살았는데, 지금은 왜 맞벌이를 해도 빠듯한 거야?
회사 나간 사람들, 지금 뭐하며 살고 있을까?
관료들, 정치인들 왜 저런 식으로 정책을 세우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0123

   나는 경제와 관련된 공부를 해본 적도 없고, 관심도 없었습니다. 사무직 근로자로서, 대부분 상위권 임금을 받으며 30년 가까이 일을 했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돈 걱정이 떠나지 않는다는 것이 조금 불편했습니다. 재테크를 잘못했나, 무의미한 소비를 많이 했을까 라고 생각도 해봤지만 마땅히 떠오르는 것은 없었습니다. 다들 이런가 라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사실, "헬조선", "N포 세대" 등은 이미 오래전부터 자주 쓰이던 단어였고, 세상이 바뀌었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포기가 늘어가는 청년들과, 가난이 더해가는 노인들, 흔들리는 중산층은 불안한 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들이 못 배웠거나, 게으르고 나약하기 때문일까요? 글로벌 경제가 경색되었기 때문일까요? 

   궁금해서 뒤져보다, 두 개의 키워드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실질 임금", 그리고 "엘리트주의"였습니다. 실질 임금은, 모든 물가나 비용 등의 상승을 감안하여 평가한, 실질적인 임금의 가치를 말합니다.

   엘리트주의는, 엘리트 층과 대중, 두 개의 계층으로 사회 구성원을 나눕니다. 영향력이나 돈을 가진 자와 그것을 못 가진 자로 나눕니다. 기득권을 가진 지식인과 종교인, 고위 관료, 정치인을 포함한 소위 지도층 인사, 그리고 재벌, 기업가, 투자가 등을 포함한 부유층이 엘리트 층의 주류를 이룹니다. 거기에 더해, 의사, 법률가, 금융전문가 등 고연봉 전문직들도 포함됩니다. 정책이나 주요 시스템을 주도적으로 좌지우지합니다. 반면, 대중들은, 몰라서, 시간이 없어서, 주요 결정 과정에서 소외되고, 심지어는 지배를 당한다고 보는 것이 엘리트주의입니다.

   "민중은 개돼지다"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은 아니었을 겁니다.

 

   70, 80년대를 거쳐 90년대에 이르러, 대중들의 헌신과 희생으로, 일정 정도의 정치적 민주화를 달성했습니다. IMF 이후, 소득 분배의 불평등이라는 더욱 어렵고, 복잡한 과제와 직면하게 됩니다. 연공서열과 가부장적 분위기 대신, 살벌하고 치열한 경쟁과 효율성 우선주의가 지배하는 기업 문화를 경험하게 됩니다.

 

 

[출처:  https://medium.com/lab2050 ]

   이 표는 실질 노동 생산성과 임금을 지수로 표현한 것입니다. 지수란, 물가나 임금 같이, 매년 변하는 항목들을, 년 단위로 비교하기 위한 숫자를 말합니다. 특정 연도를 기준점 즉, 100으로 설정하고, 다른 년도들의 높낮이를 비교할 수 있게 합니다.

 

   97년부터 격차가 크게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그 후, 임금이 조금 오르는 듯하더니, 글로벌 경제위기가 닥쳤던 2008년 전후부터, 정체되는 양상을 보입니다. 주목할 것은, 기업의 노동 생산성은 지속적으로 상승해 왔다는 것입니다. 

 

01234

   기업의 수익은 늘어만 가는데, 신규 채용이나 성과급, 임금 인상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분배되는 금액이 수익 성장에 비해 너무 적다는 것입니다. 일부 정치인들이 입만 열면 외치던 " 낙수 효과 (Trickle-Down Effect) "가 없다는 것입니다. 몰랐다면 무식한 것이고, 알고도 그랬다면 거짓말을 한 것입니다. 정리 해고, 외주화, 비정규직 또는 계약직 확대, 내부자 거래, 급여 동결, 복지 축소 등을 꾸준히 실시해 왔습니다. 근무 환경은 더욱 열악해지는 근로자들의 희생을 통한, 생산성 및 수익 구조 개선이 지속되어 왔습니다.

 

   2019년 현재, 국내 대기업의 유보금, 즉 다쓰 고도 남아서 쌓아 둔 금액이 1천 조원에 육박합니다. 

 

   신자유주의 기조의 경제 시스템이 전 세계를 지배하는 가운데, 소득과 분배의 불평등으로 우리는 물론 그다음 세대들에게도 미래가 없는 그런 상태가 마냥 깊어가는 것은 아닐까요?

 

   80년대 초, 레이건은 영국의 대처와 함께 레이거노믹스대처리즘을 통해 신자유주의라는 경제 원리를 시장에 적용하기 시작합니다.

   기업과 시장의 자율권과 권한을 확대하고, 국가 규제 완화, 민영화, 감세, 노조 세력 축소, 사회보장 제도 축소 등을 통해 부의 분배를 줄이는 대신, 기업의 투자를 확대하여 침체된 경제를 부흥시키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신자유주의 경제 시스템은, 소득 상위층의 재산 증식을 가속화한 반면, 대중에게는 고통을 안겨주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습니다. 

 

[출처:  https://brunch.co.kr/@kyk1987/4 ]

   이 그래프들은, 주요 국가들의 2005년부터 2012년까지, 7년간의 동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역시 대한민국만의 문제는 아닌 듯합니다.

   대한민국의 경우는, 노동생산성과 실질임금의 격차가 매우 심해 보이는 가운데, 일본도 만만치 않습니다. 권위적, 계층 구조적 사회가 지배하는 아시아 두 경제대국의 대중들이, 어떤 대접을 받고 있는지 보여준다고나 할까요. 다수의 대중들이 지지하는 정당이나 정권의 면면을 보면 답이 나오는 것 아닐까요. 

 

   1999년을 기준점으로 한, G20 선진국들의 상황입니다. 이민을 가도, 뾰족한 방법은 없다는 것을 말해주는 듯합니다. 

   일부 언론들은, 노동생산성이 향상됐지만 아직 선진국에 비해서 많이 낮은데, 임금 인상률은 단연 높다라면서, 임금 인상이 기업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폅니다. 여기서의 노동생산성은 시간당 생산성을 말하며, 생산된 부가 가치의 총량을, 총 노동시간으로 나눕니다.

 

   부가가치란, 크게 제조업과 서비스업으로부터 생산된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치를 말합니다. 금융, 의료, 관광, 교육, 패션, 상업 등의 서비스업 노동생산성이 제조업보다 많이 낮은 편입니다. 왜 그럴까요? 바로 총 노동 시간이 너무 길기 때문입니다. 서비스업 종사자들의 근무시간이 너무 길다는 것입니다. 

 

 

  아래 표는 주요 나라별 평균 년간 임금의 변동 추이를 보여줍니다.

[]

   이 표는 OECD 데이터를 참조했습니다. 과도한 임금 인상으로 기업과 경제가 타격을 입었다는 주장과는 달리, 잃어버린 20년을 경험한 일본과 멕시코를 제외한 주요 국가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상승 추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다만 여타 선진국에 비해 임금 수준이 낮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낙수 효과가 허구임을 풍자하는 그림들입니다. 참고로 낙수효과의 반대 개념은 분수 효과입니다. 부유층에 대한 세금을 인상하여, 저소득층의 복지에 사용함으로써, 전반적인 소비를 늘려 경기를 부양하는 정책입니다.

 

      [출처:  나무위키]

  낙수 효과에 대해 우리가 들었던 모습과 실제 모습입니다.

 

[출처:  http://wokedaddy.com ]

   씁쓸한 그림이지만 이것이 현실이 아닐까요.

 

[출처:  http://wokedaddy.com ]

   "그런 다음 내가 말했지........"라고 시작하는 말장난 시리즈 가운데, 낙수 효과를 비웃는 사진 중 하나입니다. 신자유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레이거노믹스로 기업과 부유층의 이익을 급속히 증대하는데 기여한, 레이건과 공화당 정치인들의 모습입니다.

그런 다음 내가 말했지, 부는 부유층에서 서민층으로 흘러간다고.

[참고 기사:  https://newstapa.org/article/6VibR,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1552.html]

  기억나는 분도 있겠지만 파나마의 페이퍼 컴퍼니들에 대한 만화입니다. 부자들의 천국이요 도피처요 피난처 되시는 조세도피처를 풍자하고 있습니다. 

 

[출처:  http://wokedaddy.com ]

  빈곤층은 애초부터 수면 위로 올라와 본 적이 없었고, 한 때 수면 위에 있었던 거대한 중산층은, 빈곤층으로 몰락해가고 있음을, 타이타닉호의 침몰을 빌어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래 그래프는 미국의 계층별 소득 점유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출처:  https://www.epi.org/publication/top-1-percents-share-income-wealth-rising/ ]

 

   2010년 기준, 상위 1%가, 부에서 발생하는 전체 소득의 과반 이상인 54%를, 그 1%를 제외한 상위 9%가, 23% 가량을, 그리고 나머지 90%의 대중들이 23% 가량을 나누고 있습니다. 

   10 명의 사람이, 10개의 사과를 받았는데, 그중 1 명이 사과 8개를 먹고, 나머지 9 명이 사과 2개를 가지고 나눠 먹고 있는 실정입니다. 

 

   대한민국은 어떨까요?

[출처: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저, 한국의 소득불평등 문제와 정책대응 방향]

   배당 소득과 이자 소득을 모두 금융 소득이라고 합니다. 저축한 돈에 대해 받는 소득을 이자 소득이라 하고, 주식을 통해 기업에 투자하고, 이윤을 남길 경우에 받는 배당금을 배당 소득이라고 합니다.

   그래프에 따르면, 배당 소득의 93.5 % 와 이자 소득의 90.6 %를 소득 상위 10%가 가져갑니다. 돈으로 돈을 버는, 노동 없는 소득의 거의 전부를 상위 10%가 가져가고 있습니다. 

 

   하나 더 보도록 하겠습니다.

  프랑스와 호주는 그런대로 괜찮은 편인 듯 보입니다. 대한민국은 상위 10%의 소득 집중도가, 초고속 성장을 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발생하는 전체 소득의 45%를, 소득 상위 10%의 사람들이 가져갑니다. 

   아래의 그래프는 더 충격적입니다. 미국의 경우인데, 평균 소득 증가분이, 어느 계층으로 몰리는지를 보여주는 그래프입니다.

 

[출처:  https://www.vox.com/xpress/2014/9/25/6843509/income-distribution-recoveries-pavlina-tcherneva ]

 

   2009년부터는, 발생하는 소득 증가분의 전체를 상위 10 %가 가져가고도 모자라서, 하위 90 %가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것마저 가져가는 실정이 되었습니다. 이것이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아직 느끼지 못한다면, 경제 문제에 대해 조금 더 관심을 가져 보기를 바랍니다.

   이 그래프가 실린 기사의 제목이 The IMF confirms that 'Trickle-Down' economics is, indeed, a joke입니다. 자본주의를 상징하고 지원하는 거대한 기둥 같은 조직들 중 하나인 IMF가, 낙수효과라는 것이 속임수임을 인정한 것입니다. 

 

   대중들은 방송과 여타 언론 등, 돈과 권력에 좌지우지되는 각종 매체를 통해 끊임없이 주입되는 소비심리에, 자신도 모르게 자극을 받습니다. 온통 입고, 먹고, 마시고, 여행하고, 사고, 즐기는 것들로 가득합니다. 소득과 생활수준이 향상되었으니, 이 정도는 누리고 살아야 한다는, 일종의 보상 심리에 젖게 됩니다.

   애초에 자본주의에 가장 순응적인 인간으로 양성되기에 적합한 암기식, 주입식 위주의 교육을 통해, 성실하고 유능한 "소비자"로 육성됩니다.

   잘 외워서, 좋은 성적으로 좋은 대학을 나와, 좋은 직장에 취직하여, 많은 월급으로, 각종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그런 사람이 유능한 사람입니다. 도박판과도 같은 투자상품 시장에, 돈을 많이 투자해야 그리고 그럴만한 돈이 있어야 유능한 사람입니다. 안되면 빚을 내서라도 그 판에 뛰어드는 사람이 시대를 앞선, 진취적인 사람인 것입니다. 저축만으로는 미래가 없다고 저축 이자율도 내리며 충동질을 해왔던 것은 아녔을까요? 


   그 결과, 주식, 펀드, 보험, 부동산 등의 시장에, 무리를 해서라도 돈을 끌어다가 판돈처럼 걸었습니다. 그 결과가 늘 해피엔딩이었는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 알 것입니다. 간혹 떡고물 떨어진 것들, 잘 먹은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 많은 돈들 다 어디로 사라졌을까요.

   동네에 즐비하던 독립 자영업자들은, 이제 수많은 프랜차이즈의 하청업자가 되어, 투자자들, 회사 직원들, 물자를 납품하는 회사, 건물주 등 많은 사람들의 밥벌이를 대신해주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 상황이 좋지 않은데도, 정치인들, 고위 관료들, 그리고 언론계, 학계, 법조계, 경제계, 종교계를 총망라하는 소위 엘리트 층은, 오히려 이러한 사태의 악화를 가속화하거나, 외면하며, 자신의 밥그릇 챙기기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습니다. 

 

   정치 민주화를 달성하고 기적적인 경제 성장을 이루어낸 세계 유일의 국가, 자랑스러운 대한민국대중들의 희생과 헌신이 없었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었건만,  이제 그들은 내일 먹을 것을 걱정해야 될 처지가 될지도 모릅니다. 아니 이미 그러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여러분이 지금 먹고살만하다고, 이러한 문제가 여러분을 피해갈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 입니다. 어떻게 먹고 살 것인가 하는 문제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 모든 이들의 영원불멸의 숙제입니다. 죽음을 앞둔 그 순간까지도 떠나지 않을 영혼의 짐입니다. 자손이 없다면 모를까요.

   이러한 짐으로부터 본능적으로 멀어지고 싶은, 현시대의 젊은 청춘들을 보십시오. 그들의 부모들이 그나마 누렸던 빵부스러기 조차 구경하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에, 결혼도 집 장만도 모두 미루고, 포기하고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요.

   매일마다 새롭게 발표되는 첨단 기술의 막강한 위력을 보면서, 테크노피아의 세상에서 호사를 누리며 살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환상을 버려야 합니다. 그 모든 혜택의 수혜자가 되는 기회를, 우리 모두가 가질 수 있는 세상이 정말 올까요?

   첨단 기술에 사람은 밀려나고, 이제 노동력이라는 단어가 쓸모 없어지는 시대에서, 인간의 가치는 어떻게 매겨질 수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합니다. 그러한 무수한 잉여 인력들이, 지구의 자원이나 축내는, 쓸모없는 병균 덩어리 취급을 받지 않으리라는 법이 있을까요?

   기회가 된다면, 다음번에는 좀 더 상세한 예를 들어, 주류 그룹들이 어떻게 대중들의 돈을 알뜰하게 긁어 가고 있는지를 알아보겠습니다.

 

2020-01-12


동영상 버전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