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보 Information/여행 Travel

개미의 에베레스트 탐색기

by Deposo 2020. 7. 11.

An Ant's Exploration Into The Mt. Everest

 

   우리가 아래의 명제를 들었을 때, 무엇이라 말할 것인가.

   인간은 만물의 척도이다. Of all things, man is the measure.
-프로타고라스, Protagoras the Sophist-

   그의 말대로 과연 우리는 만물의 척도일까?

 

   스웨덴의 철학자인 닉 보스트롬이 내세운 가설대로 만일 이 우주와 지구를 포함한 온 세상이 가상현실 세계라면, 나는 차라리 약간의 머뭇거림 뒤에 수긍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마도 빛의 이중성과 양자물리학의 영향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여기 여전히 고전 물리학이 지배하는 세상과 그로부터 1 억 광년 떨어진 공간 사이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을 담아 보았다. 지금 우리가 쓰는 "우리"의 크기가 얼마인지 그리고 과연 "우리"의 존재가 무엇인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겸허히 생각해 보기로 한다. 개미가 에베레스트 산을 오르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듯 우리도 조그마한 과학의 힘을 빌어 거대한 우주로 떠나 보자.

 1 m

   인간이 보고 만지고 느낄 수 있는 크기의 공간. 따스한 10월의 어느 날에 편안하게 잠들어 있는 한 남자. 그의 주변에는 몸과 마음의 양식과 즐길 거리들이 있다. 그가 보고 만지고 느낄 수 있는.

10 m

   그의 사랑스러운 아내는 옆에서 잡지를 읽고 있고, 그들은 지금부터 시작되는 우주로의 상상을 초월하는 상승 (또는 수직 이동이자 또한 수평 이동이기도 한)의 가장 중심에 있다.

100 m

   주변엔 도로와 부두가 보이고, 이 정도의 땅을 소유해도 성공한 사람이라고 할 것을. 이 곳은 과연 어느 도시의 일부일까.

1 km

   우리는 이제 시카고의 레이크 쇼어 드라이브 Lake Shore Drive와 솔져스 필드 Soldiers' Field 그리고 박물관 등을 볼 수 있다.

10 km

   미시간 호수의 끝에 위치한 시카고의 중심부. 이 정도의 높이에서 백 만명 정도가 살고 있는 공간을 볼 수 있다고 한다.

100 km

   정방형 도로들이 규칙적으로 교차하는 시카고. 누군가가 저 호숫가에서 하늘을 보며 맑다고 탄성을 지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1천 (1k) km

   거대한 호수의 위용이 드러난다. 저 미시간호는 면적만 58,020 평방킬로미터이며, 미국 북부 5대호 중 하나로 그 외에도 슈피리어호(82,360 ㎢) , 휴런호(59,570 ), 이리호(26,720 ), 온타리오호(19,680 ) 등이 있다. 우리나라의 총 면적이 약 221,000 평방킬로미터 (남, 약 99,000 + 북, 약 122,000 ㎢) 임을 감안해 보면 얼마나 거대한 호수인가를 알 수 있으리라. 

 

   지상으로부터 대략 1천 km 정도까지를 대기권이라고 한다.

1만 (10 k) km

   파란 하늘과 거대한 구름 덩어리들 북미, 중남미의 윤곽과 태평양, 대서양의 모습이 보인다. 이와 흡사한 지도를 만들기 위해 300년이 걸렸고 이러한 사진으로 실제 대륙들의 모양을 알 수 있게 된 것이 1967년으로, 아직 50년도 채 안되었다.

1 십만 (100 k) km

작고 약해 보이는 지구. 잠자는 한 남자의 신체 일부를 담던 사각형에 지구가 들어간다.

1 백만 (1 M) km

   

   지구의 모습을 분별하기 어렵다. 달의 공전 궤도를 볼 수 있다.

1 천만 (10 M) km

   저 사각형안에 지구와 달 그리고 달의 궤도까지 담을 수 있다. 녹색 선이 지구의 공전 궤도이다.

1억 (100 M) km

   지구도 달의 궤도도 보이지 않고 금성, 지구, 화성의 공전 궤도 일부가 보인다. 지구는 9월과 10월에 걸친 약 6주 간의 시간을 가리키는 공간 속에 있는 듯하다.

10 억 (1 B) km

   우리는 이제 태양과 수성, 금성, 지구, 화성의 궤도 그리고 목성의 궤도 일부를 볼 수 있는 곳까지 왔다. 이 곳이 지구의 땅 위로부터 10억 킬로미터 떨어진 곳이다.

1 백억 (10 B) km

   태양계 행성 대부분의 궤도를 볼 수 있는 곳. 그 거대한 태양조차 가물가물한 곳. 우리는 빛 보다 더 빠른 속도로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어 솟아오르고 있다.

1 천억 (100 B) km

   어느덧 태양계를 벗어나 그 크기보다도 더 먼 거리에서 태양계를 바라본다. 최근 발견된 태양계의 10번째 행성도, 목성도, 토성도, 아니 태양마저도 저 궤도선과 사각형이 없다면 구별할 수 없는 곳이다.

(2005년 8월 1일 자 한겨레 기사 [태양계 10번째 행성 발견 논란])

1 조 (1 T) km

   태양계는 이미 다른 별들과 구분이 되지 않는 듯하다. 별의 바다이다.

10 조 (10 T) km = 1 광년

   9.46 T (조) km = 1 Light Year (광년)인데 편의상 10조 km를 1광년으로 하자. 평소에 친숙하지 않던 단위이다.

100조 (100 T) km = 10 광년

   지구의 한 구석에서 우아한 자태를 뽐내며 날아다니는 백조가 아니다. 조가 백개. 우리는 이 정도의 거리를 10광년이라고 부른다. 빛의 속도로 10년이 걸리는 거리이다.

1백 광년

   비행기를 타고 100년을 날아가면 우리는 어디에 있을까? 물론 답은 여전히 지구의 상공일 것이다. 대기권을 벗어날 수 없으므로. 이 곳은 빛의 속도로 100년을 날아서 도착한 곳이다. 별의 바다 가운데 그리고 저 사각형 안, 그 어딘가에 우리의 위대한 태양이 있다. 태양이 없으면 우린 그리고 지구는 죽음의 별이 될 것이다.그토록이나 위대한 태양이다.

1천 광년

   여기 보이는 별들을 우리가 지구의 어느 날 밤에 봤다면 그 모습은 이미 1천 년 전의 모습들이다. 상상해 보라. 지금은 이미 없는 별도, 그리고 새로 생긴 별도 있을 것이다.

   별의 바다라기보다는 별의 구름. 반짝거리는 우주 가스, 그리고 회오리 모양 은하계의 형상이 점차 보이기 시작하는 곳이다.

1만 광년

   포유류가 출현한 지 얼마나 되었던가. 일 만년 전에도 십 만년 전에도 문명은 없었다고 한다. 1 천억 개 이상의 별로 이루어졌다는 은하수. 우리가 그토록 위대하게 생각하는 태양은 저 변두리 어느 곳에 있다.

1 십만 광년

   태양계 정도가 아니라 은하계 조차도 가물가물한 곳. 감히 "거리"라는 단어를 쓸 수가 없다.

1 백만 광년

   빛의 속도로 백 만년을 움직여야 가볼 수 있는 곳. 가보고 싶지 않은가. 이제 그 거대한 은하계가 점이 되어 보이는 거리이다. 다른 성운들도 마치 별처럼 작은 점이 되어 보인다.

1 천만 광년

   다른 성운들도 보인다. 은하계는 우리 태양계가 속한 거대한 성운이다. 우리의 고향. 우리란 인간뿐 아니라 지구에 속한 모든 생물, 무생물 그리고 달과 다른 태양계 행성들, 더 나아가서는 수많은 항성, 소행성, 가스, 먼지 그리고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를 미확인 생물들까지도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우리”라는 단어는 평소에 인간들이 사용하는 개념과는 비교할 수 없이 거대한 개념이다.

1 억 광년

   성운들 조차 가물가물하다. 무슨 말이 필요하랴. 저 작은 사각형 안에는 그 남자도 있고 미주 대륙도 그리고 지구도, 태양계도, 우리 은하계도, 다른 성운들도, 모두가 담겨 있다.

 

   우리는 만물의 척도인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