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국기는 내 기억의 오랜 저편, 모퉁이의 그늘에서 기다림에 지쳐 있었다. 늘 새로운 재미에 목말라하던 어린 동심 사이에서 운동회라는 이름의 들뜬 시간 속으로 몰아가던 만국기.
하늘, 만국기 그리고 아직은 섣부른 학생들의 요람은 하나의 경계를 두고서 모두가 지는 해를 품고 있다고 한다. 3분의 1보다 조금 모자라게, 하지만 그래서 내가 그리고자 하던 하늘은 스스로 기대했던 것보다 조금은 더 큰 영역을 차지하게 됐나 보다.
인제야 가끔은 저 만국기를 나부끼게 하려고 애쓴 수고의 손길에도 나의 초라한 배려가 스쳐 갈 수 있다.
지는 해는 오늘과 내일의 경계를 일깨워 주기도 한다.
2005년 5월 30일
The Border That Holds the Sun
A quiet meditation on the borderlines—between childhood and growth, sunlight and dusk, memory and the fluttering flags of long ago.
condepark.blogspot.com
'글 >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산수국이 빌딩 속에 있다 (0) | 2025.07.16 |
|---|---|
| 너로부터의 비상탈출 (0) | 2025.07.16 |
| 그대의 뒷 모습 (1) | 2025.07.16 |
| 창 (0) | 2025.07.16 |
| 눈길 (0) | 2022.01.18 |
| 나의 작은 소녀 (2) | 2021.02.14 |
| 부정어 (否定語)가 오기 전 (4) | 2020.11.27 |
| 비탈길 (6) | 2020.11.0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