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소녀는 수줍은 듯 하지만 나의 몸짓에 따르기를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아주 오래 전 만났지만 나의 작은 소녀는 지금도 다름 없는 아름다운 소녀 입니다.
손잡고 걸었던 수 없이 많은 시간들에 갇혀 있는,
밤 하늘과 가로등 불빛 그리고 이따금씩 들려오던 개 짖는 소리.
그 소녀의 앳된 향기가 바람에 스쳐 내 코 끝에 아른거리면,
오월의 라일락 향기보다도 더 끈질기고 두터운 매혹이 나의 온 몸을 휘감았습니다.
정열이라고 하기엔 순수함과 서툰 표정이 너무 짙었던,
그 어여쁜 얼굴에 돋아나던 그 소녀의 마음.
그 앳된 마음에 대한 기억이 지금도 내 가슴을 쓸어 내리고,
이름 모를 골목길, 고개 숙인 가로등들이 내려다 보는 어느 곳이든 달려나가고 싶습니다.
그곳에는 꼭, 정말로 나의 작은 소녀가 나를 기다리며,
손을 호호 불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끝까지 안아주고 함께 손을 잡고 걷지 못했던 나의 작은 소녀.
오늘은 정말 그 소녀가 너무도, 정말 너무나도 그리워서
소리 없이 우는 법을 아직 알지 못하는 나는
몰래 눈물을 훔치며 거울 앞에 서서 눈을 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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