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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입구역 3번 출구가 어디로 나가는 곳인지도 모르고 후배 둘에게 오라고 했다. 장소를 정하지 못해 어물쩍거리다가 머릿속에 떠오른 번호는 3이었다.
서둘러 출구를 나서니 달갑지 않은, 늦은 여름 토요일 이른 저녁의 비가 내 안경을 괴롭혔다. 안경이 괴로우면 나도 피곤하다.
그리고 무작정 정착할 곳을 찾아다니다 발견한 한 수제 맥줏집의 테라스에 앉아 세상 구경하는 여행자들.
그들의 의자 옆에 잠시 내려 놓은 삶의 짐이 담긴 배낭들이 보였다.
나도 그들처럼 2층 테라스 한쪽에 앉았다.
내 마음 같은 분홍빛 하늘과 뒤에 줄지어 선 가게들의 시선을 빼앗지 않을 만큼의 푸른 나무와 군데군데 뿌려 놓은 노란 불빛과 그 속을 헤집고 다니는 차와 사람들.
적당히 붉고, 적당히 가려지고 적당히 밝고 또 적당히 붐비는 거리의 풍경.
그 속에서 정말 오랜만에 나도 잠시나마 배낭을 내려놓고, 함께 앉아 마음을 열었다.
2022년 9월 13일
The View After Setting Down My Backpack
A quiet reflection on an unplanned meeting in Hongdae, finding rest and connection on a rainy evening amid the glowing lights and soft chaos of Yeonna
condepark.blogspo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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