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않아도 알아"
"말은 그렇게 해도 어떤 마음인지 나는 이해해"
예전에 우리에게는 이런 의사소통의 방법이 꽤 매력적으로 느껴졌었다. 누군가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살갑지 않아도 그 마음을 읽고 수긍하던 그런 느낌 말이다. 불평하듯 내뱉는 말일지라도 말하는 이의 마음을 읽으면 그 따스함에 정을 담던 그런 겉과 속이 다른 상호작용이 있었다.
지금은 살갑지 않거나 부정적인 분위기의 말들은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한다. 말하는 이의 마음속에 사랑과 관심과 위로가 담겨 있어도 우리는 그것을 집어내지 못한다. 그것을 느낄 수 있는 감정적 지각 능력을 쓰는 대신 감정적 방어막을 두르고 내게 상처가 될 만한 것들을 걸러내고 등을 돌린다.
짧은 시간에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고 소화해 내는 지금의 우리는, 직설적인 의미를 처리하기에도 무척 바쁘다. 누군가의 이야기나 정보가 일정 시간이나 양을 넘으면 쓸모없는 잔소리이고 불필요한 정보가 된다. 더군다나 말소리 자체를 들을 기회조차도 훨씬 적어졌다. 말할 거리를 전하는 이가 편리한 시간에 보내 놓으면, 받는 이는 또 적당한 시간에 받는다. 시간적, 공간적 그리고 물리적인 한계가 모두 사라져 버렸는데도, 실상 주고받는 이야깃거리는 압축되고, 그리고 메말라 있다. 문자로 전달된 내용은 간혹 그 의도와는 달리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디지털 정보에 둘러싸인 우리들의 생각과 행동도 이제는 디지털화 되어간다. "0" 아니면 "1", 이 두 가지 또는 몇 가지의 전형적인 경우를 제외한 무수한 이야기들은 그저 비효율적이고 무의미한 "정보"들일 뿐이다.

말하지 않으면 모르고, 말을 "그렇게" 하면 "그런 줄"로만 안다. 말의 가치가 그 어느 때보다도 남루하다. 코로나 사태까지 더 해져서 이제는 만나서 이야기할 기회마저 더욱 적어졌다. 이러한 흐름을 바꾸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우리가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는 마음과 귀를 열고, 필요한 만큼의 참을성을 보일 수 있으면 좋겠다. 좀 더 성숙한 "나"를 위해 말 속에 감춰진 마음의 소리를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 나는 결국 타인에 의해서 규정되는 "관계 속에서의 나"이기 때문이다.
The Value of Words
A quiet reflection on how digital life has thinned the emotional power of words—and why listening beyond the literal still matters.
condepark.blogspo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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