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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야기

봄이여!

by 콘데미앙 2025. 7. 16.

맑은 하늘 아래 눈 덮인 로키산맥이 멀리 펼쳐져 있고, 앞에는 소나무 숲과 황금빛 초원이 펼쳐진다. 고요한 물가에는 산과 하늘이 또렷하게 반사되어 평화로운 풍경을 연출한다.
Sergey-Pesterev-tJnqdD5sO_M-unsplash

 

크리스마스 휴가를 보내며 겨울 눈 속에 묻힌 연말연시의 즐거움들을 캐내던 때가 엊그제 같았는데, 벌써 5월이다. 하루하루 날짜 세기를 반복하면서도 봄이 오고 있는 줄도 알고 있었으면서도 이미 때가 5월에 이르고 있었음을 알지 못한 나는 어떤 고리와 연관 속에서 생각을 빼앗기고 있는가.

5월의 교정은 때 이른 낮 동안의 더위와 밤사이의 서늘함이 어우러진 축제가 한창이곤 했다.
소위 데모라고 일컬어지던 시위는 동시대를 살아가던 젊은 대학생들의 일상에 속한 지극히 자연스러운 행동의 표출이었다. 삶에 대한 물음표들을 한가득 안고 살아가던, 수고 하고 무거운 짐 진 젊은이들. 나뭇잎 위와 교정 구석구석에 처박혀 있던 최루탄 가루는 비라도 내리면 녹아 흐르며 때아닌 눈물을 쏟아내게 했고, 그저 그렇게 당연하겠거니 하며 받아들이며 그 속에서 이상을 얘기하고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민중가요를 토하고 술을 마시곤 했다.

으레 마주치던 인도 한쪽 전경들의 피곤한 눈길들….
나라와 민족이라는 거창한 이름은 잠시 접어두고, 같은 소용돌이 속에서 서로 반대편에 서서 얽히고설켜 있던 그 고리와 연관의 미묘함. 봄이면 시작되는 4.19와 5.18이라는 반복되는 소용돌이. 우리 모두가 그 쓰라린 아픔들을 가슴 깊은 한 구석에서 지워버릴 수 있을 만큼 많은 날이 지났지만, 봄과 함께 각인된 그 풍경들은 지울 수가 없다.

지금은 무엇이 다를까.
삶 속에서 겪는 치열한 나 자신 바로서기에 얽매여 계절이 소리 없이 오고 가는 소리와 모양들을 보지 못하는 나. 여전히 가냘픈 존재로서, 늘 내일과 과거에 침전된 의식의 무거움. 어릴 적 어른 흉내를 내며 반듯이 서 있는 한 성인 남자로 가는 길을 재촉하던 마음이, 이제는 미래에 대한 걱정보다는, 지금, 이 순간을 있는 그대로 소중하게 감사하며 즐길 줄 알고, 훌훌 털어버릴 줄도 알고, 아이들처럼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즐거워하며 편안한 마음으로 잠들고, 무엇이든지 마음먹으면 해낼 수 있다는 끝없는 가능성과 희망을 잃지 않고, 가식과 체면 보다는 나 자신을 솔직하게 보여줄 수 있는 왜곡되지 않은 자신감도 가지고, 새벽 일찍 간단한 짐을 챙겨 핸드폰도 없고 랩톱도 없이 기차를 타고 목적지도 없고 동행도 없는 허술한 여행을 떠나도 보고, 사랑하는 아내와 가족들에게, 평소에 틈틈이 쌓아 두었던 수없는 사랑과 평화의 말들을 편지에 적어 보내보고도 싶고…

그러기에는 나 이제, 작은 불편함이 일상의 한 부분이어서 모든 것에 정성이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되었던 시절로 되돌아갈 수 없는 그런 곳에 살고 있는 것인가. 혹은 이미 세상을 너무 많이 알아 버렸는지. 하지만, 그토록 처절하게 알고 싶어하고, 답을 구하던 논제들은 여전히 '앎의 경계' 속에 있지 않다.

봄이여!
그대가 오신 저 들판 한구석에 선 나는, 오늘도 마음 구석에서 솟구쳐 나오는 수 없는 질문에 여전히 답하지 못하고 가질 수 없는 것들에 대한 그리움을 바람에 씻어내고 있다.

 

2012년 4월 29일


 

O Spring!

A lyrical reflection on May, youth, protests, and the quiet longing to return to a simpler, more honest life amid the passage of time.

condepark.blogspo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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