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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Writing/소설 Novel

이웃집 클로이-04

by Deposo 2021. 1. 9.

  조나단은 41살의 남성이다. 알버타주 북부에 위치한 한 원유 공장에서 프로젝트 관리  매니저로 근무하고 있다. 그 원유 공장은 알버타 오일 앤 가스 컴퍼니 (Alberta Oil & Gas Company) 소유이다. 조나단은 엔지니어링 및 시공 전문 회사인 이피씨 스페셜리스츠 (EPC Specialists)의 직원으로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는 원유 생산량을 늘리는 작업이다. 18살이 되는 해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산업 전기기사 수습직으로서 처음 일을 시작하여 23년간 석유산업분야에서 일을 해오고 있는 베테랑이다.

 

   원유 가격의 상승과 하락에 따라 해고와 재취업을 숱하게 반복하면서도, 동료나 상사들과의 유대 관계가 두텁고 신임이 높아서 오랜 기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금테 안경 너머 반짝이는 날카로운 눈매와 비교적 말라 보이는 체구가 냉철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준다. 그러나 함께 일해 본 사람들은 그를 마음이 따뜻하고 배려심이 깊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http://blog.chemistry-matters.com/

   최근에 큰 폭으로 떨어진 원유 가격은 향후에 반등할 여지가 전혀 없어 보이는 심각한 추락으로 보인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수요 증가 그리고 갈수록 늘어가는 전기차 시장의 확대는 원유에 대한 수요를 극적으로 감소시키고 있다. 수요보다는 공급이 월등히 높아, 배럴당 50 달러대 유지도 어려워 보인다. 캐나다산 원유는 모래와 뒤섞인 오일샌드 (Oilsand)를 가공하여 추출하는 방식이기에 생산단가가 높다. 1 배럴의 원유를 추출하기 위해서는 약 2톤 정도의 오일샌드를 파내야 한다. 빨대 꽂아 뽑아내듯하는 중동이나 다른 산유국과의 가격 경쟁에서 늘 뒤질 수밖에 없다. 배럴당 생산 단가가 60 달러가 넘기 때문이다.

 

   조나단은 회사를 그만두게 되면 무엇을 해야할지 고민하고 있다. 이제 40대 초반인 데다 부양해야 될 아내와 아이가 있고 그 아이가 이제 20살이라 아직 완전히 독립하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게다가 그 아이는 장애를 가지고 있어서 독립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조나단의 상사인 헤롤드는 프로젝트 관리팀의 디렉터이다. 해롤드는 간간히 조나단에게 귀띔하듯 향후 예상되는 일들을 말하곤 한다. 조나단은 해롤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한편 발주사의 책임자인 존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매월 초 전 달의 공정 진척도와 비용 정산과 관련된 월간 미팅 시간에 존과 만나 함께 담배를 피우며 이야기를 나눈다. 원유를 시장에 공급하는 발주사의 향후 계획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하지만 누구의 이야기를 들어도 뾰족한 해결책이나 긍정적인 전망은 없어 보인다.

 

조나단이 21살이 되던 해의 1월 어느 날

 

   집보다는 현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 조나단 같은 사람들에게 크리스마스 휴가는 년 중 가장 편안하고 아늑한 시간이다. 조나단은 3주가 조금 넘는 크리스마스 휴가를 마치고 다음 해 1월 둘째 주 일요일에 프로젝트 현장으로 복귀했다. 긴 휴가 후 일을 하려니 하루 하루가 더디게 흘러갔다. 2주를 근무하고 집에서 1주를 쉬는 14/7 스케줄에 따라 현장이 돌아가고 있었다. 집에 돌아가기까지 5일이 남은 1월의 넷째 주 화요일 오후 5시가 조금 넘은 때였다. 그날 작업한 내용을 업무일지에 적고 있는데, 저니맨인 빌이 쿵쾅 거리는 발걸음 소리를 내며 사무실로 들어왔다.

 

   북미 지역 기술직 분야에서의 저니맨(Journeyman)이란 전기, 철강, 배관 등 각종 기술 분야에서 업무와 공부 그리고 그 외의 요구 조건을 4년 동안 완료한 후 획득하는 자격증을 말한다. 1년 중 10개월 정도 현장에서 실질적인 기술업무 경험을 쌓고 나머지 2개월은 지정된 교육기관에서 학습 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현장에서는 기술직 인력의 중간관리자 역활을 한다. 저니맨 위로는 수퍼인텐던트 (Superintendent)라는 직책의 관리자가 있으며 각 기술부문의 우두머리를 말한다.

 

   "헤이 조나단, 전화 받어. 여잔데 목소리가 야들야들한게 죽인다."

   "네? 여자요? 저한테 온 전화 맞아요?"

   "그래 너, 내가 너 이름도 모를거 같아? 혹시나 해서 성까지 확인했다. 잰슨."

   "빨리 가서 받어. 수퍼바이저 방에 있는 전화야"

 

   5시 30분이면 현장에서 기숙사 캠프로 가는 스쿨버스가 떠난다. 조나단은 누가 전화했는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스쿨버스를 놓치면 걸어서 갈 방법이 전혀 없기에 우선 시간을 확인했다. 5시 13분이었다. 부리나케 전기 수퍼바이저 사무실에 있는 매니저용 전화 수화기를 집어 들고 말했다.

 

   "조나단 입니다."

   "안녕 조나단"

 

   조나단은 한 여성의 피곤한듯한 목소리를 듣고 순간 멍했다. 아는 사람이긴 한데 예상치 못했던 전화였다.

 

   "......오! 안녕 앤......어~ 잘 지냈니?"

   "......응......"

   "......어~ 그때 별일 없었어?"

   "응......별일 없었어"

   "새벽에 일찍 말도 없이 떠나서 미안했어. 내가 낯선 곳에서는 잠을 잘 못 자서 그랬어"

   "괜찮아......궁금하기는 했는데......지금은 괜찮아."

 

   조나단은 지난 크리스마스이브날 밤과 성탄절 새벽을 떠올렸다. 즐겁고 행복했던 시간 끝에 어설프고 무성의한 끝맺음으로 완결되어버린 찜찜한 느낌이었다. 그러면서도 벽에 걸린 시계를 흘끔 쳐다봤다. 5시 20분이었다.

 

   "그랬구나......그동안 잘 지냈어?"

   "잘 지냈어....... 근데 꼭 해야 될 말이 있어서 급하게 전화했어."

   "......응?......응! 뭔데 무슨 일이야"

   "......저기......어......나 임신한 것 같아."

 

   가까스로 실토하듯한 앤의 말에 조나단은 잠시 말을 잃고 주변을 살핀 후 자신의 표정을 가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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