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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Writing/소설 Novel

이웃집 클로이-01

by Deposo 2020. 12. 10.

   클로이는 캘거리의 챨스릿지 커뮤니티에 살고 있는 20살의 여성이다. 눈처럼 흰 피부에 허리까지 내려오는 눈부신 금발과 보는 이의 시선을 빨아들이는 짙은 파란색 눈을 가지고 있다. 키는 165 정도이고, 요란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풍만한 가슴과 몸매가 드러나는 꽉 끼는 흰색 티셔츠와 밝은 색의 청바지를 즐겨 입는다. 클로이가 신는 신발은 대부분 하얀색 운동화다.

 

제임스 트레일과 챨스릿지 드라이브가 만나는 삼거리, 제임스로리 공원, 자전거도로 육교

 

   클로이의 집은, 챨스릿지 로드와 챨스릿지 힐 도로가 만나는 삼거리의 한쪽 모서리에 있는 서향집이다. 그녀의 방은 집의 정면 쪽에 있어서 서쪽을 바라보는 위치에 있다. 멀리 지평선에 나지막이 들쭉날쭉 솟아 있는 록키 산맥이 한눈에 들어온다. 집 앞의 챨스릿지로드 아래로는 경사진 내리막 풀밭이 펼쳐져 있다. 100여 미터 정도 내려간 그 풀밭 끝에는 캘거리시 주요 간선도로인 제임스 트레일과 챨스릿지 드라이브가 만나는 삼거리가 있다. 챨스릿지 커뮤니티 진입로 중 하나로서 그 주변에는 제임스로리 공원과, 제임스 트레일 위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자전거 도로용 육교가 어우러져 있다. 클로이의 방에서 보면 이 모든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거의 하루 종일 집안에서 지내는 클로이가 즐겨하는 놀이는, 지나가는 차나 사람들을 창가에서 관찰하는 것이다.

 

   클로이는 정오가 되기 15분 전부터 창가에 앉아서 밖을 내다보는 일을 단 한 번도 걸러본 적이 없다. 날마다 치르는 일종의 의식과도 같은 행동이며 꽤 오랫동안 유지해 왔다. 언제부터 시작했는지는 알지 못한다. 그녀가 빠뜨리지 않고 매일 지켜보는 그 광경은 고작 5초에서, 길게는 2, 3분에 불과한 짧은 시간 동안 일어난다. 그런데 클로이는 그 짧은 시간을 통해, 그녀만이 열 수 있는 상상의 세상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클로이는 그 장면을 처음 본 날이 어느 초가을이었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작년이었는지 재작년이었는지 아니면 올해 가을이었는지 정확히 분간을 못하고 있다.  마치 매일 아침 해가 뜨듯이 당연하고 절대적으로 일어나야만 되는 매우 오래된 그런 일이라고 느낀다.

 

어느 해인지 알 수 없는 어느 초가을 날

 

   클로이는 창밖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나날이 노란색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나뭇잎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순간 클로이의 집을 획하고 지나갈 것처럼 챨스릿지로드를 제법 빠르게 달리던 짙은 회색의 포드 픽업 트럭 하나가 집 앞에 멈췄다. 그때 클로이는 그 차가 자기 집에 오는 손님인가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날 저녁 5시 말고는 예약된 손님이 없다는 것을 바로 떠올리면서 궁금하게 여겼다. 

 

   '누군데 저기에 차를 세울까?'

 

   잠시 후 트럭에서 한 남성이 내렸다. 시안 색의 윈드재킷과 꽉 끼는 검은 진을 입은 매우 짧은 머리의 남자였다. 자세한 생김새를 볼 수 없어서 나이는 가늠할 수 없었다. 그 남자는 세운 트럭의 앞부분을 돌아 서쪽으로 펼쳐진 내리막 풀밭과 지평선에 출렁대는 록키 산맥의 전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후 남자는 휴대폰을 꺼내서 펼쳐진 풍경을 담고 있었다.

 

   '뭐 특별한 것이라도 있나?'

 

   클로이는 궁금함에 그 남자가 바라보는 시선을 가늠하며 그곳을 훑어봤다. 클로이의 눈에는 특별한 것이 보이지 않았다. 클로이의 집을 찾는 손님들이 가끔씩 그 남자가 서있는 주변에서 사진을 찍기도 했다. 하지만 눈길을 끌 만한 풍경이 아닌 터라 흔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클로이의 집을 사진에 담는 손님들이 대부분이었다. 클로이의 궁금증은 더 커졌다.

 

'도대체 뭘 찍고 있을까? 누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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